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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꽃엄마. 울어야 하는 이유


나는 원래 잘 안운다. 
울면 바보라는 신념 때문에
우는 것이 챙피하고 패배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안우는 애가 되었고
언젠가 친구들과 영화관에 갔다가 다들 울기에 
나도 울어야되나 싶었던 적도 있었다.

내면아이를 만나며 정말 많이 울었다.
내 울음소리가 너무 처절해서 그 소리에 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안전한 공간이 되어준 코칭장, 강연장에서 소리지르고 
울다보니 내 안에 도사리던 분노도 조금 사라졌다.
분노의 양이 정해져 있다던데 그 말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런 울음은 표현 그대로 짐승같은 울음이다.
말못하는 늑대인간처럼 으악으악 소리밖에 안나오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벅벅 긁으며 가슴을 쥐어뜯는
내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 같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이 앞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지금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같은 것은 
생각할 틈도 없는 그런, 비참하고 악에 받힌...
내가 나같지 않은 그런 울음이다.

슬픔이다.
안오는구나...원래 없었구나.. 환상을 붙들었구나
그걸 인정해야는구나...
그런 울음은 그냥 슬픔이다.
분노뒤에 오는 상실은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밖엔 없다.

그렇게 울어제끼고 나면 왜 내가 울어야했는지 알게 된다.
내가 힘들었구나...
억울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았구나...
다 나 때문인줄 알았구나... 나 정상이구나...
나 잘못없구나... 나 나쁜 애 아니구나...
나 너무 일찍 어른이 되었구나...나 열심히 살았구나...

그리고 알게된다.
우리 애 정상이구나.
얘가 나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구나.
얘도 애기구나.
얘를 내가 잘 키워서 얘가 본인 감정과 감각에 섬세한거구나.

아이들은 매우 순수해서 
엄마가 모르는 엄마의 무의식까지도 정확히 느낀다.
그리고 엄마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그래도 요즘 우울한데 
아이가 꼭 내 화를 돋구는 것 같은 이유가 그것이다.

문제는 아이도 본인이 왜 그러는지를 이해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를 비추는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본인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엄마가 아이의 문제행동으로 힘들어하고 
아이를 다그치면, 아이는 자신을 문제아이 라고 규정해버린다.

지난해, 친정엄마와 아이와 셋이서만 식당에 갔다.
그즈음 나는 친정엄마에 대한 분노로 내안의 악마를 보는것 같았고 
내면아이를 몰랐다면 엄마와 단절할 수도 있을만큼 엄마가 미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평생 고생한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기도 했다.

평소 외할머니와 다정하던 7살 아들은 그 날 식당에서 
갑자기 외할머니와 같은 식탁에서 밥을 안먹겠다고 하며 
눈동자가 시뻘개질 정도로 눈물을 참았다.
외할머니 얼굴도 안쳐다보고 싶다며 눈물을 참으며 
씩씩대는 아이앞에서 나는 .... 울었다.

승주야, 괜찮아...외할머니를 미워해도 괜찮아..
갑자가 왜 그러는지 너도 당황스럽지? 이상하지?
괜찮아...그거 엄마 감정이야..
엄마가 할머니한테 화가 많이나고 속상하고 억울해서 
그래서 승주가 지금 화나는거야. 승주가 이상한거 아니야.
엄마꺼니까 맘껏 화내고 울어도 괜찮아... 괜찮아...

아이는 그제서야 서럽게 아주 서럽게 내품에서 울었고 
잠시 후에 진정이 되었으나 결국 서로 거리를 둔채 밥을 먹었다.
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네가 너무 애를 다 받아줘서 그런다고 
싫은티를 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엄마가 아닌 아이를 선택했다.

예전같았다면, 울며 대면하지 않았었다면
너 밖에서 사람들 다 있는데 왜 그래!! 
먹기싫으면 먹지마!! 왜 너까지 그래!!
하면서 끝까지 같은 테이블을 고집했을 것이다.
밥을 먹으며 마음이 풀린 아이는 다시 할머니와 같은 
테이블로 옮겨 평소처럼 다정하게 밥도 먹고 후식도 먹었다.

울음이 안나오는데 어쩌란 말이니..라고 자책도 했었다.
풀어내야 할 감정이 천리길인데 눈물이 한 방울도 안나오고 
평소에 그 많던 분노도 대면하려 하면 쏙 들어가기도 했다.
나는 역시 안되나보다...좌절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눈물이 나를 기다려 주었다.
평생을 안전하게 살지 못했던 내면아이가 안전함을 느낄 때까지
눈물만 보여도 왜 우냐고, 니 엄마가 죽었냐고 다그치던 목소리에 
주눅들었던 그 아이가 마음을 놓을 때까지
눈물이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멈춰있는 듯한 시간도 필요하다.
발벗고 뛰어도 모자를 판에 제자리에 
주저앉는 것 같은 시간도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실은 그 시간에도 
나는 전력질주 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대면하는 순간은 내가 바퀴벌레만도 못하게 
밟아죽여도 시원찮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우린 울고 대면해야한다.
엄마니까.
나니까.

울어야 한다.
감정을 놓아버리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나의 자유와 아이의 자유를 위해서.
나의 본질은 "사랑" 일 뿐이다.
어떤것으로도 덮어지거나 망가질 수 없는 사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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